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국내에는 30만명이 넘는 농인(聾人)이 있지만 농인을 중심으로 설계하고 제작한 콘텐츠는 찾아보기 어렵다. 손말티비는 농인에 의한 농인을 위한 콘텐츠를 만든다. 기존 팟캐스트 오디오에 등장하는 인물이 3명이면 농인 3명이 각각의 역할을 맡고 대본을 보면서 등장인물의 역할 플레이를 하고 이를 영상으로 찍는다. 여기에 기존 팟캐스트 음원을 입혀 유튜브에 올리면 농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가 된다. 예능부터 심리학, 역사, 의학 연애상담까지 다양하다. 음원 재사용에 대한 협의가 이루어진 채널 4곳의 콘텐츠는 연속해서 제작하고 있다.

“단순히 농인들이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를 공급한다는 데에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재미있느냐 여부가 관건이에요. 그래서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는 농인 출연자의 반응을 살핍니다. 그가 재미있어 하는가, 궁금해하는가, 도움이 되는가. 이 세 가지가 콘텐츠 제작의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출연하는 사람이 재미있어야 보는 사람도 재미있기 때문이죠.” 

박 대표는 손말티비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손말티비 출범 전 농인 사회에 대한 연구와 데이터를 토대로 준비를 할때만 해도 ‘이게 잘될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지만 지금은 성공을 확신한다. 박 대표의 근거 있는 자신감은 지난 6월 11일 첫 촬영 이후 더 커졌다. “첫 촬영을 선명하게 기억합니다. 제 삶에서 그렇게 긴장했던 날은 그날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콘텐츠를 농인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걱정이 됐습니다. 그런데 첫 촬영에서 농인들이 카메라 앞에서 거리낌없이 웃고 떠들더군요. 그때 ‘이 일은 무조건 된다. 그리고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사자들이 저렇게 즐거워하는데 어떻게 안 될 수가 있고, 중단할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