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저녁뉴스]

청각장애가 있는 농인들은 청인과 다른 그들만의 언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느끼는 고민과 감정은 당연히 청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겠죠. 농인 청년들과 청인 청년들이 느끼는 문제의식을 책과 함께 유쾌하게 풀어낸 북콘서트를 소개해드립니다.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 지금 만나보시죠.

[리포트]

지난 주말, 서울의 한 북 콘서트 현장을 찾았습니다.

무대에 선 청년들이 근래 자신이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책들을 소개하는데요,

“(주인공인) 아라이는 코다였습니다. 성장하면서 일자리를 찾는데 구직난에 시달렸습니다. 그러다가 ‘부모님이 농인이시기 때문에 내가 수화를 잘 할 수 있지’ 그래서 수화통역센터에 갔습니다.”

이어 책 내용과 연계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말합니다.

“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 글귀는 ‘그래서 늘 방 안이야’입니다. 히키코모리. 백수이자 외톨이인 그들은 정말 슬픈 존재입니다. 스스로의 무능함을 질책하고 세상에 도움이 안 된다며 스스로를 가두는 존재이지요.”

이 자리는 농인과 청인 청년들이 함께 하는 북콘서트로 장애의 경계를 넘어 서로의 삶 속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나누고자 마련되었습니다.

특히 농인 청년들은 북콘서트를 통해 삶 속에서 느끼는 문제의식들을 진솔하게 털어놓았는데요,

인터뷰: 조예림 / 간호조무사

“저는 이제 막 사회에 나와 1년, 이제 2년이 되었기 때문에 경험이 너무 부족해서 사람들을 대할 때 쉽지 않은 점이 있습니다. 가장 보람 느낄 때 친절하게 서비스를 드린 후 끝나고 가시면서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를 해주시면 보람을 많이 느낍니다.”

인터뷰: 신태완 / 회사원

“농정체성이 없다면 청인과 같이 생각하고 길을 잃어버리게 돼요. 농정체성에 눈을 떠야 내 길을 개척할 수 있고 농사회에서 청인과 동등하게 평등한 생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농인 청년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봐 오며 장애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청인도 있습니다.

인터뷰: 채주연 / 수어통역사

“처음에는 농인들이 못 듣기 때문에 우리가 도와줘야 되고 만나기 전엔 이렇게 생각했어요. 근데 만나보니까 그냥 똑같은 사람인 거예요. 이분들은 수화를 쓰는 사람들이지 다른 건 없고 나랑 똑같은 언니, 오빠, 동생들이구나.”

지난 10월에 이은 두 번째 북 콘서트.

서로의 삶에 공감대를 이룬 이들의 바람은 무엇일까요.

인터뷰: 유승민 / 서울청각장애인학습지원센터 학습지원팀

“1회 때 북콘서트 내용을 보면 농인과 청인이 함께 한 것이 맞는데, 제 입장에서 보면 의사소통(매체)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삶에 대해 공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청인의 입장에선 농인의 삶이 장애인의 삶과 같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데, 이 행사를 통해 농인의 진짜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연스럽게 '농인의 삶이 정말 힘들었겠구나'를 깨닫게 됩니다.”

인터뷰: 이샛별 / 회사원

“오늘 행사를 통해서 각각 농인의 삶과 상황에 대해서 여러분들이 이해하고 공감하시며 이 시간을 통해 농인을 만날 때 이렇구나 하고 공감해 주시는 여러분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