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청각장애인 야구리그 만들고 싶어요"
페이지 정보
- 작성자 : 강원도수어문화원
- 이메일 : kwdeaf@daum.net
- 작성일 : 20-04-21 11:12
- 조회 : 2,082회
관련링크
본문
"한국에 청각장애인 야구리그 만들고 싶어요"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19/2020041901070.html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19/2020041901070.html
입력 2020.04.20 09:17
| 수정 2020.04.20 09:22
청각장애인 종합대 美 갈로데트대 유학
'고요한 야구 선수' 서길원씨 인터뷰
"선수 꿈 접고 공장서 일하는 한국 친구들
정정당당하게 야구장서 경쟁하는 날 오기를"

세계 유일의 청각장애인 종합 대학인 미국 갈로데트 대학교엔 야구선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유학의 길을 떠난 한국인 학생이 있다. 바로 영화 ‘글러브’의 주인공, 서길원(24)씨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올해 3월 본지 100주년 기념 프로젝트인 ‘청년 미래탐험대 100’에 참가한 김재원 탐험대원이 서씨와 만나 나눈 이야기를 전한다. 그는 2011년 한 방송사 프로그램을 통해 워싱턴 DC에 있는 갈로데트 대학을 알게 된 후 3년 동안 준비를 거쳐 2014년 유학길에 올랐다. 지금은 ‘고요한 야구장’에서 야구 선수로서의 꿈을 키우고 있다. 영어 하나만 공부하기도 어려운 유학 생활이지만, 그는 영어 그 자체 그리고 미국 수어(手語)를 모두 배워야 했다. 인터뷰는 미국 수어 통역을 통해 진행했다. (그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미국 학교 기숙사가 폐쇄돼 한국에 와서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다.)
◇“언어 시험 다섯 번 떨어져…2년 만에 입학”
―언어 하나만 배우기도 어려운데, 수어까지 익히기가 쉽지 않았겠어요.
“영어, 그리고 미국 수어를 익히지 못하면 입학 자체가 불가능했어요. 학교가 다행히 언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서 비교적 빨리 언어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2년이 걸렸어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선 영어·수어 자격시험을 봐야 하는데 다섯 번 떨어졌고, 여섯 번째가 되어서야 합격했습니다.”
―미국에 혼자 유학한 거죠. 가족들 반응은 어땠나요.
“저희는 3세대 청각장애인 가족이에요. 조부모님·부모님·고모 모두 청각장애인이죠. 할아버지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학교가 없어서, 수어 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셨어요. 어머니는 수어를 배울 수는 있었지만 중학교까지만 다니셨고 아버지도 제도권 교육은 제대로 받지 못하셨어요. 그렇기 때문인지 제가 미국의 청각장애인 전문 대학에 간다고 했을 때 굉장히 기뻐하셨어요. ‘가라! 가서 기회를 잡아라!’라고 하면서요. 가족과 떨어지기는 쉽지 않았지만 저에겐 꿈이 있었기 때문에 용기를 냈습니다.” (지금은 다소 불확실해졌지만, 서씨의 부모님은 5월 있을 졸업식 때 참석할 예정이었다. 지금까지는 한 번도 미국을 찾지 않았다.)
◇야구 못하고 공장으로 가는 한국 청각장애인들
―부모님 세대보다는 기회가 많아졌다고 생각하나요.
“그럼요. 무엇보다 사회 구성원들이 장애인들도 많은 일을 할 수 있음을 인식하게 되었다는 게 변화입니다. 교육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요.”
―머나먼 타지에 유학하면서까지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이었나요.
“야구를 하고 싶었어요! 저는 어린 시절 검도를 배웠는데, 검도는 보통 홀로 수련하는 시간이 많잖아요. 팀과 함께인 스포츠를 하고 싶다고 희망하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제가 다니는 고등학교에 야구팀이 있음을 알게 되고 팀에 합류했지요. 하지만 그저 취미로 하는 수준이라는 점이 약간 아쉬웠어요. 한국엔 아직 청각장애인 프로야구 선수가 없거든요. 한국에 있을 때 같이 야구를 했던 친구는 야구 선수가 되고 싶어 여기저기 도전했지만 결국 실패했어요. 지금 그 친구는 공장에 있어요. 사실 한국에 있는 많은 청각장애인 친구들은 고등학교 졸업 후 대부분 공장에서 일해요.”

◇“미국에서 익힌 야구선수 꿈, 한국에 전하고파”
―미국에 와보니 사정이 다르던가요.
“미국엔 메이저리그에서 뛴 청각장애인 야구선수가 최소 3명이 있어요. 청각장애인 야구 리그도 있고요. 우리 학교 야구팀 감독님이 메이저리그 청각장애인 선수 출신이세요. 커티스 프라이드(52) 감독님인데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등에서 뛰셨죠. 친구처럼 정말 잘 가르쳐주세요.” (청각장애인으로만 이뤄진 갈로데트대학 야구팀은 다른 대학과 동등하게 겨룬다. 미국 대학스포츠협회<NCAA> 리그에 출전해 경기한다. 서씨의 포지션은 포수이다.)
―졸업을 앞두고 있는데, 졸업 후 계획은 정해졌나요.
“원래는 미국에 남아 야구 선수를 해볼까 했어요. 그런데 체육교육을 공부하고 미국의 대학 야구를 접하면서, 한국에 돌아가 제가 배운 것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어요. 졸업하자마자 한국으로 돌아갈 거에요. 하고 싶은 일이 많아요. 제가 한국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운동선수의 꿈을 가진 한국 후배 청각장애인을 위한 단체를 설립하는 것이에요. 통역사 없이도 자유롭게 소통하고, 충분한 도움을 받으며 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제가 누렸던 기회를 한국에 있는 후배 농인들도 누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험난한 길이겠지만, 그게 제가 꼭 이루고 싶은 일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