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청각장애인에게 상대 마스크 속 얘기 보여준 한국 청년의 기발한 아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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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강원도수어문화원
- 이메일 : kwdeaf@daum.net
- 작성일 : 20-09-0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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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청각장애인에게 상대 마스크 속 얘기 보여준 한국 청년의 기발한 아이디어|작성자
음성을 자막으로 옮겨 청각장애인 학습 돕는 서비스
학부 시절, 웹툰 보고 착안한 아이디어로 창업
코로나19 이후 대학, 기관 중심으로 수요 급증
“코로나19가 기승이었던 지난 3, 4월에 이용자에게 사용법을 안내하느라 정말 정신없이 보냈습니다.”
온 국민의 얼굴을 가린 코로나19는 청각장애인의 교육 기회마저 가렸다. 청각장애인들은 교사의 입모양을 보고 강의 내용을 파악하는데, 마스크가 소통 장벽이 된 것이다. 하지만 교사의 말소리를 문자로 통역해주는 소프트웨어 ‘소보로’를 이용하면 마스크는 더 이상 대화 가림막이 아니다. 소보로의 개발사 ‘소리를 보는 통로’의 윤지현 대표를 만나 창업 이야기를 들었다.
청각장애인의 소통을 돕는 문자통역 서비스
소보로는 인공지능 기반의 문자통역 서비스다. 태블릿PC 등에 프로그램을 깔아서 실행하면,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 강의에서도 강사가 하는 말이 화면에서 자막으로 자동 변환된다. 자막 복사와 공유 기능이 있어 자막을 활용한 복습도 가능하다.
주된 이용자는 청각장애인으로 PC용과 태블릿 용 두가지가 있다. 두 버전 모두 한국어 뿐 아니라 영어 실시간 변환도 지원한다. 원어 강의나 동영상도 볼 수 있다. 태블릿 버전은 용도에 따라 라이트, 비즈니스, 에듀 세가지로 구성됐다.
교육 현장뿐만 아니라 말소리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활용 가능하다. 병원 진료, 관공서 상담, 교회 예배 등 현장에서 소보로가 사용되고 있다. 300곳 이상 기관에 소보로가 공급돼 청각장애인의 교육과 사회참여 기회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전체 누적 이용시간은 1만 9000시간에 달한다.
말소리를 글로 옮기는 아이디어…이용자 의견 수렴 후 사업화
소보로의 출발은 2016년 학교 수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의IT융합공학을 전공하고 대학교 3학년 때 창의IT설계 과목을 수강했습니다. 자기만의 IT 제품을 기획해서 만드는 수업이었어요. 어떤 제품을 만들까 고민에 빠졌을 때 청각장애인 작가의 일상 웹툰 <나는 귀머거리다>가 스쳤습니다. 대학 시절 대필 도우미 덕에 수업을 즐겁게 들을 수 있었다는 에피소드가 인상깊었거든요. 소리를 문자로 변환하는 서비스를 개발하면 청각장애인에게 유용한 솔루션이 되겠다 생각했습니다.”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테스트를 진행했다. 음성인식 기술은 오픈 소스를 활용했다. “인근 학교의 청각장애인 동아리 친구들, 포항 농아인 협회 등 청각장애인 200여명을 만나 프로그램을 사용하게 하고 의견을 수립했습니다. ‘나도 이걸로 공부하고 싶다’, ‘정말 필요한 서비스다’란 대답에 과제에 그치지 않고 사업화를 결심했습니다.”
2017년 휴학하고 제품 개발에 몰두했다. 같은 해 11월 말 법인을 설립하고, 이듬해 5월 정식 PC용 소프트웨어를 출시했다. 당시 겨우 22살이었다. “음성인식 기술은 냉장고, 휴대폰, AI스피커 등에서도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다만 짧은 명령어와 대답만 오간다는 한계점이 있죠. 소보로는 긴 강의 내용도 자막으로 구현합니다. 길게 말해도 편하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하는게 핵심입니다.”
학교 및 공공기관서 먼저 노크...6개 국어 지원
제품을 출시했지만 어떤 곳부터 공략해야 할 지 모르는 상황, 기관에서 먼저 알아봤다. “사업 초반에 학교나 공공기관 중심으로 구매 요청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서비스를 1000만원어치 사가는 주문도 들어왔어요. 비투비 수요를 인지하고 나서부터 기관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우선 세팅했습니다.”
소보로 덕분에 청각장애인의 학습과 업무 효율이 대폭 개선됐다. “교사가 제시한 자료 영상에 자막이 없으면 청각장애인은 수업 내용을 온전히 체득하기 어렵습니다. 자막 없이는 온라인 라이브 강의도 불모지죠. 소보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해줍니다. 업무 회의나 세미나 때도 활용할 수 있어서 사회생활에도 유용합니다.”
영어를 지원하면서 학습의 폭도 넓혔다. “청각장애인 학생들은 속기 도우미의 도움을 받으며 수업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영어로 진행되는 원어수업은 도움이 지원이 원활하지 않은 편이라 영어 수업에 차질이 많습니다. 소보로 영어모드를 이용하면 영어 자막으로 수업 내용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원어 수업 용도로 외국어 모드를 이용하는 대학생이 많습니다.”
사용이 절실한 곳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정부지원 사업에 참여 중이다. “제품을 정식 출시할 때 보조공학기기 지원사업에 참가 신청했습니다. 근로자나 사업주가 요청하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소보로가 탑재된 태블릿을 해당 회사에 무상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근로자나 사업주가 비용부담 할 필요 없이 청각장애인의 근로환경이 개선되는 거죠. 이와 유사한 정보통신보조기기 보급사업을 통해서도 소보로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전국의 교육 환경에 서비스 제공 목표
코로나19 이후 수업과 업무 방식이 비대면으로 바뀌면서 소보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교육청에서 수천 시간 단위로 서비스를 사서 학생들에게 시간 단위로 배포하고 있습니다. 서비스가 낯선 학생들을 위해 원격으로 사용법을 안내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2학기도 온라인으로 개학해서 대학이나 교육청 문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습니다. 온라인 개학이나 마스크로 가려진 입 때문에 교육격차가 생기지 않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계속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