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들리지만, 그래도

"소리 없는 시선에 닿는 다정한 세계를 기록하다"

♥ 책 소개 해주세요.

저의 첫 책, [안 들리지만, 그래도]는 청각장애인으로서 비장애인들과 어울려 살며 겪은 이야기들을 재치 있고 가볍게 풀어낸

에세이에요. 비장애인들에게 받은 차별과 편견에 홀로 상처를 삭이기도 했지만, 그 상처를 보듬어준 것 역시 비장애인들의

배려와 존중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더 단단해졌고, 장애를 긍정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 울고 웃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독자들에게 저마다 위로와 용기를 전해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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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을 “안 들리지만, 그래도”의 제목으로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책 본문 작업을 모두 마무리하고 나니, 안 들린다는 사실이 살아가는데 그렇게까지 고통스럽지만은 않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안 들리더라도 사람들과 부대끼며, 얼마든지 하고 싶은 일을 누리며 살 수 있다는 자기효능감이 들었어요.

그래서 처음엔 책 제목이 [안 들리지만, 괜찮아]였어요. 근데 제목을 짓고 며칠 지나지 않아서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방영을 시작하지 뭐예요. 책 제목 어떠냐고 주변 지인들에게 피드백을 구했는데, 다들 하나같이 “[사이코지만 괜찮아] 드라마

따라한 거야?”라고 놀리더라고요. 고심 끝에 바꾼 것이 [안 들리지만, 그래도]였어요.

저는 오히려 좋다고 생각했어요. ‘괜찮아’보다는 ‘그래도’가 더 미래지향적이고 진취적인 느낌이 강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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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쓰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무척 더웠던 여름에 친한 비장애인 친구의 자취방에서 같이 콘솔 게임을 즐기고 있었어요. 너무 더워서 땀 때문에 보청기가

고장날까봐 어딘가에 빼두고 다시 게임에 몰입을 했죠. 정신을 차려보니까 보청기를 어디다 뒀는지 기억이 안 나는 거예요.

아연실색해서 온 방을 헤집고 다녔어요. 간신히 찾고 한숨을 돌렸는데, 친구는 이런 저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더라고요.

보청기가 얼마나 소중한지, 어떨 땐 목숨보다도 소중하게 여긴다고 말했더니 굉장히 놀라워하는 거예요. 상상도 못했다고.

그 친구가 처음 글을 써서 책으로 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해줬어요. 사실 책의 분위기와 주제가 처음엔 이렇지 않았어요. 처음엔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다른 점이나, 비장애인들의 오해와 선입견을 지적하는 글 투성이었어요.

제가 쓴 글을 직접 읽어봤는데, 내가 비장애인이라면 자기들이 어떤 편견을 갖고 있었는지 부담스럽게 꼬집는

이 글을 돈 주고 사 읽을 것 같지는 않은 거예요. 현재의 [안 들리지만, 그래도]가 되기까지 굉장히 많이 고치고, 다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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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수필, 비문학 등다양한 종류의 장르 중에서 에세이를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에세이를 제일 좋아해요. 에세이가 주는 힘을 믿어요. 모든 장르 가운데서도 에세이만이 가진 선명한 매력이 있어요.

에세이는 우리 일상과 가장 밀접하거든요. 누군가의 일상과 생각, 가치관을 직접적으로 들여다보는 것 같아요.

마치 깨끗해서 바닥까지 보이는 호수처럼. 에세이를 통해서 우리는 결국 모두 비슷하구나, 그리하여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와 존중과 동질감과 사랑을 배우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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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 실린 사진을 다 흑백으로 처리한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흑백사진에 뭔가 의미를 멋들어지게 부여하고 싶지만, 솔직하게 말할게요.

딱히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고, 컬러 인쇄가 많이 비쌌어요. 저도 컬러 진짜 하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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